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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가 ‘위법해도 법’이라고

우사기센세 2009. 10. 31. 08:26

헌재가 ‘위법해도 법’이라고 ‘화두’를 던지자 누리꾼들이 오랜만에 손 좀 풀었다. 광화문에 ‘명박산성’을 쌓고 ‘2MB어록’을 쏟아냈던 그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눈물 자판’을 실시간으로 두드리던 솜씨다. 그들의 말은 몽골의 초원을 거침없이 달리는 말과 같았다.

29일 헌법재판소가 지난 7월22일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한 ‘미디어법’에 대해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침해와 대리투표와 재투표의 위법성까지 인정해놓고도 법적 효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신묘한’ 결정을 내리자, 누리꾼들은 무한대의 소통의 공간에 자신들의 의견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냈다.

포털 ‘다음’의 토론사이트 〈아고라〉에 글을 올린 ‘사람이하늘이다’는 “헌번재판소가 스스로 헌법을 버렸다”며 “이 나라의 헌법이 이렇게까지 유린당해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비통하다”라고 적었다.

누리꾼 khh626은 〈인터넷 한겨레〉기사 댓글에서 “위법은 법 위에 있는 위 법이다. 우리나라 법체계는 위법〉헌법〉법(률)〉시행령〉시행규칙〉조례>규정 순인가 보다. ‘서울은 경국대전 이래 지켜온 대한민국 수도이다’를 능가하는 대한민국 최고두뇌집단의 판단입니다”라고 조소를 날렸다. 누리꾼 ‘시카고’는〈인터넷 한겨레〉토론마당인 ‘한토마’에서 “1905년의 을사늑약도 절차상 위법하나 유효한 ‘조약’인가?”라며 헌재 결정을 비꼬았다.

새로운 소통 매체로 각광받고 있는 트위터에도 유명인들의 촌철살인이 이어졌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대리시험에 커닝까지 있었으나 합격자 발표는 유효하다? 역사에 남을 판결입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작가 이외수씨도 트위터에 “세상 돌아가는 판세가 내 소설보다 몇 배나 기상천외하구나”라고 일갈했다.

헌재 결정 직후 실시한〈인터넷 한겨레〉 ‘라이브폴’에서는 30일 오후2시 현재 2천여명이 참여해, 90%에 가까운 응답자가 ‘납득되지 않는다’에 손을 들고 있다.

이 밖에도 인터넷 공간에선 누리꾼들의 재기발랄한 비유를 엮은 ‘헌재 어록집’이 퍼져나가고 있다. 다음은 ‘어록집’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누리꾼들의 ‘조롱’에는 웃어야 할 상황임에도 웃지 못하고, 분노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분노하지 못하는 감정이 녹아있다.

악법도 법이다. 소크라테스 보다 한 수 위, 위법도 법이다.

성공한 불법 위장전입과 불법탈세는 합법이다.

커닝은 했지만 입시부정 답안지 성적은 유효하다.

커닝해도 대학만 가면 합법이 된다.

입대를 기피하는 과정에 위법 행위는 있었지만, 군 면제는 유효하다.

군복무 과정에 탈영은 했지만 군을 나왔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는 합법이다.

쉽게 말하면 도둑질은 했지만 훔친 장물은 이미 도둑놈 꺼다.

음주하고 운전은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훔치긴 했지만 절도는 아니다.

돈 빌려서 안 갚으면 안 갚는 거지 절대 떼어 먹는 건 아니다.

재보선에 지기는 했지만 패배는 아니다.

매국노 짓은 위법이지만 챙긴 돈은 유효하다.

부정선거는 위법이지만 당선은 유효하다.

강간은 했지만 성폭행은 아니다.

용산참사 과잉 폭력 진압은 불법이지만 덮어씌우면 불법이 아니다.

때리긴 했지만 폭력은 아니다.

불륜은 위법이지만 간통은 아니다.

사람은 죽였지만 살인은 아니다.

이정국 기자jglee@hani.co.kr